티스토리 뷰
목차
평생 운동을 놓은 적 없는 사람이 운동 한 번 안 한 사람과 똑같이 정맥부전으로 쓰러진다면, 운동이 하지정맥류의 해답이라는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제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같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30년 발레, 수영, 등산을 병행한 사람이 결국 시술대에 올랐습니다. 그 경험이 이 글을 쓰게 만든 출발점입니다.

운동해도 생긴다 — 만성정맥질환의 진짜 원인
일반적으로 하지정맥류는 운동 부족이나 생활 습관 문제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지인은 60평생을 발레, 수영, 등산으로 채운 사람입니다. 종아리 근육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했을 텐데, 결국 정맥부전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았습니다. 운동도 한 번 안 하던 언니와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병으로요.
전문의 말로는 하지정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핵심은 판막부전(valve insufficiency)에 있습니다. 여기서 판막부전이란, 정맥 안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얇은 막 구조물이 제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래로 흘러내리는 혈액을 막는 문이 고장 난 것입니다. 이 판막은 한번 망가지면 운동으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만성정맥질환(Chronic Venous Disease, CVD)은 단순히 혈관이 튀어나오는 미용 문제가 아닙니다. CVD란 정맥에 생긴 형태적·기능적 이상을 통틀어 부르는 진단 용어로, 하지정맥류는 그 진행 단계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미국 정맥 포럼(American Venous Forum)의 C 분류 기준에 따르면 CVD는 0단계부터 6단계까지 나뉘는데, 혈관 돌출이 보이는 2단계를 지나 부종(3단계), 피부 착색(4단계), 피부 궤양(5~6단계)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출처: American Venous Forum).
제 지인은 밤마다 쥐가 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진통제가 아무 효과가 없는 통증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온몸 곳곳에 고장 난 판막들이 원인이었습니다.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억울하기 그지없었다는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 하지정맥류 고위험군: 고령, 여성, 장시간 기립·착석 직업, 가족력, 임산부, 경구 피임제 복용자, 비만
- 판막부전은 운동으로 회복 불가 — 이미 손상된 판막은 수술·시술로만 처치 가능
- 뜨거운 물 족욕·사우나는 혈관을 확장시켜 오히려 증상 악화 — 찬물 샤워가 더 도움
그래도 운동은 해야 한다 — 종아리운동의 실제 효과
판막이 망가져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맥혈이 심장으로 올라가는 데는 두 가지 기전이 작용하는데, 하나는 판막이고 나머지 하나는 근육 펌프 작용입니다. 판막은 고장 나도 근육은 단련할 수 있습니다.
종아리 근육은 흔히 '제2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여기서 제2의 심장이란, 비복근(gastrocnemius)과 가자미근(soleus)이 수축하면서 정맥혈을 위쪽으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까치발 동작, 즉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가 3초 버티고 천천히 3초에 걸쳐 내리는 동작이 이 두 근육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를 천천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이 제가 처음 들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제로 3주간 이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에서 종아리 근력이 71~89%까지 향상된 사례가 보고됩니다. 밤마다 쥐가 나서 한 시간씩 거실을 걸어 다니던 분이 운동 시작 첫날 저녁부터 쥐가 사라졌다는 경험담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개인차가 있겠지만, 제 경험상 이 정도 즉각적인 반응은 보기 드문 편입니다.
운동량 설정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쥐가 날 것 같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최대 개수를 먼저 측정하고, 첫 주에는 그 절반씩 세 세트를 아침·점심·저녁·취침 전으로 나눠 총 네 번 반복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하루에 틈틈이 나눠 하는 것이 정맥 순환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출처: American College of Phlebology).
단,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복압을 크게 올리는 운동은 정맥 환자에게 권장되지 않습니다. 제 지인도 등산을 즐겼는데, 가파른 오르막보다 평지 걷기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라고 했습니다.
수술 후에도 관리가 필요한 이유 — 압박스타킹과 생활 습관
시술을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지인 사례를 보면, 시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없으면 남아 있는 정맥에서 역류가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허벅지 쪽만 열 치료를 받고 무릎 아래를 남겨둔 경우, 그 부위에서 정맥 역류 소견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정맥 역류(venous reflux)란,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해 정맥혈이 심장 방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흘러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플러 초음파 검사로 측정했을 때 역류 지속 시간이 0.5초를 초과하면 이상 소견으로 판단합니다.
압박스타킹은 이 역류를 보조적으로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발목 부위 압력이 가장 높고(20~30mmHg 권장) 종아리, 허벅지로 갈수록 압력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압력 차가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 스타킹과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용 제품을 신체 계측 후 맞는 사이즈로 착용해야 합니다.
하트웰 의원에서 미세정맥까지 꼼꼼히 치료받고 나서 제 지인은 원인을 알 수 없던 통증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가 말해 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급한 불은 먼저 끄고, 그 다음에 운동과 압박스타킹으로 유지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입니다.
또한 서비스직처럼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환경 자체도 문제입니다.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 다리를 아파하는 젊은 직원들을 본 적이 있는데, 잠깐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만 있어도 달라질 텐데 싶었습니다. 불필요하게 병을 만드는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압박스타킹: 발목 압력 20~30mmHg, 의료용 제품을 신체 계측 후 착용
- 취침 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위치시키면 부종 완화에 도움
- 뜨거운 족욕·사우나 금지 / 꽉 끼는 스키니진·복대 착용 자제
- 체중 감량, 하루 4~8km 평지 걷기, 수영 권장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 열심히 하면 하지정맥류 안 생기나요?
A. 일반적으로 운동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믿음은 절반만 맞습니다. 종아리 운동은 정맥혈의 순환을 돕는 근육 펌프 기능을 강화하지만, 하지정맥류의 가장 큰 원인인 유전과 판막부전은 운동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30년 발레를 한 사람도 걸리는 병입니다.
Q. 하지정맥류 수술하면 완치되나요?
A. 시술 부위의 혈관 문제는 해결되지만, 치료 범위 밖의 정맥에서 역류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허벅지만 치료하고 무릎 아래를 남겨둔 경우 그 부위에서 증상이 지속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시술 후에도 압박스타킹과 종아리 운동 같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Q.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아도 하지정맥류인가요?
A. 혈관 돌출이 눈에 보이는 것은 만성정맥질환 C 분류 2단계에 해당하는 증상일 뿐입니다. 다리가 무겁거나 쥐가 자주 나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간지러움이나 부종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정맥 기능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도플러 초음파 검사로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Q. 족욕이나 사우나가 다리 피로 회복에 좋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따뜻한 족욕이 피로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만성정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정반대입니다. 열은 혈관을 확장시켜 정맥 내 압력을 높이고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찬물 샤워나 찬물 족욕이 혈관 수축을 유도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결론
하지정맥류를 단순한 미용 문제로 여기거나, 운동만 열심히 하면 괜찮겠지 하고 넘기는 것은 제 경험상 위험한 판단입니다. 만성정맥질환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4단계 이상으로 넘어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피부 변화가 생깁니다. 병원 가는 것을 망설이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가장 아까운 일입니다.
정리하면, 고장 난 정맥은 먼저 시술로 처치하고, 그 이후 종아리 운동과 압박스타킹으로 남은 건강한 정맥을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까치발 운동 하나를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과 순환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제 지인의 사례를 통해 직접 확인했습니다.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바로 병원 예약부터 하시는 쪽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