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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파킨슨병이 그냥 손 떨리는 병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실제 겪는 분들을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인의 친정어머니는 지금 물도 혼자 못 드시고, 친구 아버지는 뇌경색이 와서야 파킨슨이란 걸 알았습니다. 둘 다 공통점이 있었는데, 초기에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후각저하와 변비,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면 안 됩니다
제 지인의 친정어머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분이 오래전부터 냄새를 잘 못 맡으셨다는 말이 유독 귀에 걸렸습니다. 당시엔 그냥 연세가 드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였을 수 있다는 겁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80~90%에서 후각 기능 저하가 나타나며, 이 증상은 운동 증상이 시작되기 약 10년 전부터 발생할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 여기서 후각 기능 저하란 단순히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아니라, 특정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후각 식별 능력 저하'를 말합니다. 본인은 냄새를 잘 맡는다고 느끼더라도, 객관적인 검사를 해보면 이미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게 더 무서운 이유입니다.
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 아버지가 8년 전부터 걸음이 느려지셨다는데, 그 이전부터 화장실 가는 횟수가 줄었는지는 아무도 체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파킨슨병에서 변비는 운동 증상보다 최대 20년 앞서 나타날 수 있는 초기 신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 번 이상 배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3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장과 뇌 사이의 신경 연결인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쉽게 말해 파킨슨병이 뇌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장의 자율신경계 손상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물론 변비나 후각 저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파킨슨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 제가 공부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렘수면행동장애, 잠꼬대라고 웃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 제가 자다가 꿈속에서 하던 대답을 실제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잠에서 깬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걸 공부하고 나서는 등골이 좀 서늘했습니다. 50대 중반이고, 몇 년째 잠을 잘 못 자고 있고, 가끔 어지럼증도 있으니 세 가지가 겹친 셈이니까요.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RBD)란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인 REM 수면 중에 근육이 마비되어야 하는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제로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증상입니다. 여기서 REM 수면이란 빠른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이 일어나는 수면 단계로, 우리가 꿈을 꾸는 시간대입니다. 이 시간에는 심장과 호흡 근육 외에는 모두 억제되어 있어야 정상인데, 파킨슨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 손상되면서 몸이 꿈에 반응해 버리는 겁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50~60%에서 RBD가 동반되며, 수면 클리닉을 찾는 RBD 환자 중 50~70%는 5~10년 이내에 파킨슨병이나 루이체 치매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RBD는 다른 전조 증상들과 달리 특이도가 높습니다. 여기서 특이도(specificity)란 그 증상이 있을 때 해당 질환일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쉽게 말해, 변비는 이유가 수십 가지지만 RBD는 파킨슨병 계열 질환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따로 자는 부부가 많아지면서 본인이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차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의심된다면 배우자나 가족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를 받아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수면다원검사란 수면 중 뇌파, 근전도, 안구 운동 등을 동시에 측정해 수면 장애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검사입니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친구 아버지처럼 뇌경색이 와서야 파킨슨을 알게 되는 경우, 이미 뇌의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70% 이상 손상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인 진전(tremor, 떨림), 운동완만(bradykinesia, 동작이 느려지는 증상), 근육 경직(rigidity)이 겉으로 드러날 때는 그만큼 이미 진행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요즘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인 '전구기(prodromal phase)'에 환자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도파민(dopamine) 보충 치료를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부족해지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떨림이 생기는 등 파킨슨병 특유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다고 합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그렇다면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후각 저하, 만성 변비, 렘수면행동장애 중 두 가지 이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 특별한 이유 없이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졌을 때
- 얼굴 표정이 줄어들거나 목소리가 단조로워졌을 때
- 글씨가 갑자기 작아지거나 단추 끼우기 같은 섬세한 동작이 어려워졌을 때
- 앉았다 일어설 때 심하게 어지럽거나 비틀거리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반복될 때
파킨슨병의 유전성에 대해서는 종종 혼란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병원에서 유전이냐고 물었을 때 "아니다"라는 답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는 대부분의 파킨슨병이 특정 유전자 이상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idiopathic)이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3~4배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유전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고, 아니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파킨슨 약을 오래 복용하면 망상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일부 약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증 부작용이 맞지만,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면서 복용량과 약물 조합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건 결국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제 지인의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고, 친구 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 증상만으로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여러 증상이 겹치고 오래 지속된다면 그냥 노화라고 치부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가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가까운 부모님의 걸음걸이, 표정, 목소리 변화를 자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걱정되신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