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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배만 살이 찐다는 느낌, 소변이 자꾸 마렵거나 잔뇨감이 있어서 방광염인가 싶어 비뇨기과부터 찾아간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생활 습관 문제겠거니 넘겼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딱 그 경우였고, 결말이 꽤 무거웠습니다. 자궁근종이 16cm까지 자라 방광을 눌러버린 것이었습니다.

거대근종: 근종이 있어도 괜찮다는 믿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궁근종이 있어도 사이즈가 작고 증상이 없으면 주기적으로 경과만 관찰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리고 제 친구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친구는 2년마다 산부인과 건강검진을 빠짐없이 받아왔고, 1년 전 검사에서도 사이즈가 작고 문제없다는 소견을 들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근종이 16cm짜리 거대근종으로 자란 것입니다.
거대근종이란 일반적으로 지름 10cm 이상으로 자란 자궁근종을 말합니다. 자궁 자체의 크기가 임신 5개월 무렵의 자궁과 맞먹을 정도로 커지기도 합니다. 이 정도 크기가 되면 주변 장기를 직접 누르기 시작하는데, 친구의 경우는 근종의 위치가 방광 쪽이었습니다. 방광이 눌리면서 소변이 자주 마렵고 잔뇨감이 생기는 빈뇨 증상이 나타났고, 친구는 그게 방광염이라고만 생각해 비뇨기과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다가 결국 소변이 아예 나오지 않아 응급실에 갔고, 그제야 자궁근종이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친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궁근종 환자의 절반은 뚜렷한 증상 없이 지낸다는 사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입니다. 증상이 있어도 방광염, 소화불량, 단순 비만으로 오해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대한산부인과학회).
방광압박 증상, 비뇨기과 아닌 산부인과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친구가 처음부터 산부인과를 갔더라면 어땠을까요.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뇨기과 증상이 산부인과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당시에는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궁근종은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근층내 근종(intramural fibroid): 자궁 근육층과 근육층 사이에 생기는 유형으로, 가장 흔합니다. 커지면 생리양이 갑자기 늘어나는 월경 과다를 유발합니다.
- 점막하 근종(submucosal fibroid): 자궁 내막 바로 아래에 생기는 유형입니다. 자궁 내강으로 돌출되어 심한 생리통과 부정출혈, 난임과 유산의 위험을 높입니다.
- 장막하 근종(subserosal fibroid): 자궁 가장 바깥쪽 장막 아래에 생기는 유형입니다. 이 근종이 커지면 방광이나 직장, 척추를 압박해 빈뇨, 변비, 허리 통증을 일으킵니다.
친구의 경우가 바로 장막하 근종이 방광을 압박한 케이스였습니다. 2차 병원에서는 근종의 위치상 근종만 제거하면 자궁 출혈 조절이 어렵다며 자궁적출까지 포함된 수술을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친구는 간호사 지인 소개로 차여성병원 암센터의 전문 교수님을 소개받아 근종 절제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술로 제거한 근종의 무게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자궁의 정상 무게가 약 60g인데, 근종만 그 수십 배에 달하는 무게로 자라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빈뇨나 잔뇨감이 비뇨기과 치료로 나아지지 않고, 아랫배가 살과 다르게 딱딱하게 만져진다면 바로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근종이 커지는 것을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신체 신호가 바로 복부 촉진 시 느껴지는 딱딱함이라고, 친구도 수술 후 의사에게 그 점을 지적받았다고 했습니다. "왜 진작 오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고요.
정기검진, 자궁경부암 검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50대인 지금도 산부인과 문 앞에서 괜히 망설여집니다. 일부러 여자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을 찾아 헤매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 남편이 관련 방송을 보더니 저한테 "당신 배도 근종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저는 순간 모욕감을 느꼈지만... 솔직히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도 마지막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게 언제인지 헷갈렸거든요.
일반적으로 국가 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는 2년에 한 번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pap smear)를 받으면 산부인과 검진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하십니다. 여기서 세포진 검사란 자궁경부 표면의 세포를 채취해 이상 세포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만으로는 자궁 내부의 근종이나 난소 낭종은 전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궁 내부와 난소 상태를 보려면 반드시 골반 초음파 검사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국내 자궁근종 유병률은 가임기 여성의 20~40%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40대에서 발생 빈도가 높아집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더불어 근종 절제 수술 후 5년 내 재발률이 52.9%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한 번 수술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특히 자궁근종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자궁선근증(adenomyosis)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궁선근증이란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으로 파고들면서 자궁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입니다. 근종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수술 난도가 높고, 심한 생리통과 월경 과다를 일으킵니다. 근종과 선근증, 그리고 자궁 내막증(endometriosis)을 여성 3대 자궁 질환으로 꼽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근종이 있다고 진단받은 분들이 기억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근종이 있어도 증상이 없으면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1년 사이에도 급격히 커질 수 있습니다.
- 자궁경부암 검사와 골반 초음파 검사는 별개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받아야 제대로 된 검진입니다.
- 빈뇨·잔뇨감이 비뇨기과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자궁 쪽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아랫배를 손으로 눌렀을 때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즉시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 폐경 이후에도 근종이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폐경을 이유로 검진을 미루면 안 됩니다.
제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저도 산부인과 정기검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젊든 중년이든, 여성이라면 자궁과 난소를 가지고 있는 한 산부인과 검진은 선택이 아닙니다. 남편의 말에 기분이 상하면서도 결국 검진 예약을 잡게 된 건, 그게 맞는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검진을 미루고 계신 분들께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