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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지인이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말을 잃었습니다. 겨드랑이까지 혹이 번졌고, 폐와 림프에도 전이가 확인된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5년이 되는 지금, 그분은 마지막 추적 검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버텨낸 건지, 직접 들은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항암은 체력전, 먹는 것부터 달라져야 했다
지인분이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암의 타입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Triple-Negative Breast Cancer)이었습니다. 여기서 삼중음성이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단백질 세 가지가 모두 음성으로 나온 유형을 말합니다. 호르몬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표적치료제를 쓸 수 없고,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치료 과정이 특히 험합니다.
베체트병이라는 자가면역질환도 겹쳐 있었고, 오랫동안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온 몸 상태였기에 항암의 부담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컸습니다. 매주 항암을 받으면서 음식이 거의 넘어가지 않았고, 그 공백을 메운 것이 가정간호였습니다. 가정간호 서비스를 통해 주 2~3회 영양제와 포도당 수액을 맞으며 체력을 유지한 것이 치료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암 환자는 암 자체보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액질(cachexia)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액질이란 근육과 지방이 급격히 소실되면서 체중이 감소하고 전신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며, 항암 치료 중단 또는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내 암 환자의 상당수가 굶어서 상태가 나빠진다는 말이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암환자 영양불량 유병률은 30~85%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제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주변에서 뭘 먹지 말라는 조언이 오히려 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못 먹어서 기력이 떨어지면 다음 항암 자체를 못 맞게 됩니다. 지인분도 그 사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입에 넘어가는 것이라면 일단 먹는 쪽을 택했습니다.
항암 중 영양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입맛이 없을 때는 소화가 쉬운 죽류(소고기죽, 야채죽 등)를 우선으로 한다
- 호르몬 수용체 양성 타입은 석류, 자몽 등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을 주의하되, 그 외에는 골고루 섭취한다
- 수액 공급이 가능한 가정간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먹지 못하는 날이 생기면 보호자가 의료진과 빠르게 상의한다
4기 전이, 임상시험이 길을 열었다
폐와 림프까지 전이가 확인된 상태에서 표준 항암치료를 6개월간 마쳤고, 기적처럼 완전관해(pCR, pathologic Complete Response) 판정이 나왔습니다. 완전관해란 항암치료 후 수술 조직 검사에서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며, 유방암에서 pCR은 장기 생존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에도 폐 전이 부위에 대한 방사선 치료 30회, 자궁으로의 전이 예방을 위한 난소·나팔관 절제 수술까지 이어졌습니다. 수술과 방사선을 포함한 전 과정을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했고, 치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임상시험에 참여한 것이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임상시험(Clinical Trial)이란 아직 정식 허가되지 않은 신약이나 치료 방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며 꺼리시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4기 환자에게 임상시험은 선택지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표준 항암제에는 내성이 오는 시기가 있고, 약의 종류도 무한정이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아직 시판되지 않은 신약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지인분은 4가지 임상 신약을 병용해 매주 항암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암의 진행이 멈췄습니다. 국내 4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34% 수준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 숫자만 보면 두렵지만, 그 수치는 몇 년 전 데이터이고 신약과 임상시험의 발전으로 현재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인분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암 투병 중 걷고, 웃고, 오늘을 사는 것이 치료였다
수액을 맞지 않는 날이면 지인분은 꼭 아파트 단지 숲길을 한두 시간 걸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힘든 몸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알겠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몸이 힘들수록 움직임을 아예 멈추면 더 빠르게 무너진다는 것을요.
항암 중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암 관련 피로(CRF, Cancer-Related Fatigue)를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암 관련 피로란 암 자체나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만성적이고 주관적인 탈진 상태를 뜻하며, 충분한 수면이나 휴식으로도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피로와 다릅니다.
지인분이 걷는 것과 함께 붙잡은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셋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주변 정리를 하면서도, 그 시간을 어머니 살림 정리를 도와드리는 데 썼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분들을 가까이서 보면 오히려 옆에 있는 저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데도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탈모와 가발, 치료비 걱정까지 겹친 현실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존재였습니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봐 주고, 끝없이 응원해 주는 보호자의 역할이 어떤 약보다도 중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암 타입과 치료 경로를 공부하고, 임상시험 정보를 직접 찾아 문을 두드린 것이 결국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낸 힘이었습니다.
암 투병 중 정신적 버팀목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곳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국립암센터 암정보센터: 암 종류별 치료 정보와 임상시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환자 산정특례 적용 여부와 본인부담금 확인이 가능합니다
- 가정간호 서비스: 암 4기 환자는 의뢰 후 신청 가능하며, 항암 중 영양 수액 투여에도 활용됩니다
저도 잠을 거의 못 자는 일을 하고 있고 가족력도 있어서 이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정기 검진을 미뤄왔던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4기라는 진단이 끝이 아닙니다. 지인분이 직접 보여준 것처럼, 임상시험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와 체력 유지, 그리고 오늘에 집중하는 마음이 쌓여 완전관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치료 중인 분들,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분들 모두 이 이야기가 작은 나침반
이 되길 바랍니다. 할 수 있는 오늘이 있다면, 그 오늘을 사세요.
이 글은 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와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