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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소금을 적으로 취급했습니다. 혈압이 조금 높다는 말을 들은 뒤로 11년째 혈압약을 먹으면서 야채 위주의 저염식을 고집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접한 소금물 한 잔이 오랫동안 저를 괴롭히던 부정맥 증상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두 잔 만에. 저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혈액농도 0.9%가 말해주는 것
의학에서 정상 혈액의 삼투압 농도는 0.9%의 생리식염수 농도와 같다고 봅니다. 여기서 삼투압이란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다른 두 용액 사이에서 물이 이동하는 압력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몸이 소금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균형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짜게 먹든 싱겁게 먹든 혈액은 반드시 이 농도를 맞추려 합니다.
짜게 먹으면 농도가 높아지니 몸이 물을 불러들입니다. 혈관 안에 혈액량이 늘고 압력이 올라가는 것, 그게 고혈압이 되는 원리입니다. 이 부분은 워낙 많이 알려져 있죠.
그런데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너무 싱겁게 먹으면 이번엔 혈액 속 물이 빠져나가 농도를 맞추려 합니다. 혈액량 자체가 줄어드는 겁니다. 몸은 생존에 꼭 필요한 장기에만 혈액을 우선 배분하고, 덜 급한 말초 부위의 혈관 밸브를 잠가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모세혈관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모세혈관이란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과 산소를 전달하는 가장 가는 혈관망으로, 여기가 막히면 손발이 차가워지고 두통이 생기며 피부가 건조해지는 식으로 신호가 옵니다.
저 역시 손발이 유독 차고 두통이 잦았는데, 당시엔 그게 혈액이 부족하다는 신호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체액부족이 만드는 증상들
체액부족, 즉 탈수 상태가 만성화되면 몸 곳곳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신호들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신호들이 얼마나 조용히, 그리고 넓게 퍼져 있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점막(mucous membra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관 내벽 전체를 덮는 촉촉한 조직입니다. 건강한 상태라면 이 점막은 어린아이의 혀처럼 부드럽고 말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체액이 부족해지면 점막이 마르면서 구내염이 반복되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마른기침이 나오고, 소화효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소화 장애로 이어집니다. 현대인에게 너무나 흔한 안구건조증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저염식 기간 동안 특히 힘들었던 것은 잠이었습니다.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이 부족해지면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척수를 감싸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노폐물을 씻어내는 액체인데, 이것이 충분히 채워져야 숙면이 가능합니다. 아무리 일찍 누워도 개운하지 않았던 날들이 이제 와 이해됩니다.
체액부족의 대표적인 신호들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증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중 3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체액 균형을 점검해볼 만합니다.
-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냉한 느낌이 지속된다
- 원인 모를 두통이 자주 반복된다
- 피부가 건조하고 각질이 심하며 발뒤꿈치가 갈라진다
- 눈이 뻑뻑하고 코와 목이 항상 건조하다
- 소화가 잘 안 되고 변비가 있다
-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불순이 있다 (여성의 경우)
-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부정맥과 소금물, 제가 경험한 것
저는 오랜 기간 맥이 불규칙하게 빠지는 부정맥으로 고생했습니다. 맥이 빠질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계단 오르는 것조차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병원에서는 혈압약을 처방해 줄 뿐이었고, 11년을 먹어도 부정맥 증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소금 이야기를 접하고, 믿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0.9% 농도의 소금물 반 잔을 마셔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빨대로 조금씩 나눠 마셔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점막이 말라 있었다는 신호였을 겁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딱 두 잔을 마신 뒤부터 부정맥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열흘 정도 하루 두 번 소금물을 마셨더니 밖을 걸을 때 뛰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그저 기분 탓인가 싶었습니다.
나트륨(sodium)과 칼륨(potassium)의 균형이 심장 근육의 전기적 신호를 조절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나트륨과 칼륨은 세포막 안팎에서 전기 이온 교환을 일으켜 심장 박동을 비롯한 모든 근육 수축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심장 리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한 저나트륨혈증 환자에서 부정맥이 나타난다는 임상 보고는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됩니다(출처: NI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물론 저의 경우가 모든 부정맥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부정맥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고, 반드시 전문의 진단이 우선입니다. 다만 저처럼 저염식을 오래 유지해 온 분이라면, 체액 균형 문제가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소금 무조건 좋다 vs 나쁘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소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번엔 무조건 짜게 먹는 분들이 생깁니다. 저도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봤습니다. 반대로 고혈압 진단 하나에 무염식에 가까운 식사를 10년 넘게 고집하다 기운이 없어 일도 못 하는 분도 봤습니다. 양쪽 극단 모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금과 소금물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건어물에 소금을 뿌리면 탈수가 일어나 쪼그라듭니다. 같은 원리로 위 점막에 소금 자체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세포 손상과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금이 물에 녹아 적절한 농도의 소금물이 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혈액 농도를 맞춰 세포가 정상 활동을 하도록 돕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소금 약 5g) 미만으로 권고합니다(출처: WHO Salt Reduction). 그런데 이 기준은 평균적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한선이지, 소금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반찬은 싱겁게 하되 국물로 따뜻한 소금물을 자연스럽게 보충하는 방식, 또는 차에 소금을 소량 타서 마시는 방식이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체액을 채우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이나 심장이 약한 분은 혈액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신장이란 혈액을 거르고 나트륨과 수분의 균형을 조절하는 기관인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소금물 섭취량을 아주 천천히, 소량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무시하고 급하게 늘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몸 상태에 맞게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금물 마시면 혈압이 더 오르는 거 아닌가요?
A. 짜게 먹어서 혈압이 높아진 경우라면 소금을 줄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오랜 저염식으로 탈수 상태가 지속되면, 신장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오히려 혈압이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저도 그 의견에 가깝습니다. 다만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한 뒤 시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소금물 농도는 얼마나 맞춰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혈액 농도와 같은 0.9% 생리식염수 농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물 1리터에 소금 9g 정도입니다. 처음 시도할 때는 더 묽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처음 마셨을 때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처럼, 점막이 많이 건조해진 분일수록 더 천천히 적응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Q. 소금물 말고 국을 먹어도 같은 효과가 있나요?
A. 원리상으로는 따뜻한 국물도 소금물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반찬은 싱겁게 먹되 국물로 간을 적절히 맞추는 방식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지속하기도 쉽습니다. 다만 시중 가공식품이나 국물 요리는 나트륨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가 많으니 직접 간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훨씬 낫습니다.
Q. 저염식을 오래 했는데 갑자기 소금물을 마셔도 괜찮나요?
A. 오랫동안 물과 소금을 극도로 줄여온 분들은 소금물을 처음 마실 때 구역질이나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오랜 탈수로 점막과 세포가 흡수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아주 소량부터 시작해서 몸이 적응하는 속도에 맞춰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결론
11년 동안 혈압약을 먹으면서 저염식을 고집했는데, 정작 몸은 점점 더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소금물 두 잔 이후 부정맥이 잦아든 경험은 지금도 믿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소금만 먹으면 만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금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건강의 정답이라는 전제 자체를 한 번쯤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살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손발이 차고 두통이 잦으며 피부가 건조하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면, 혈액량과 체액 균형 문제를 점검해 볼 만합니다. 반대로 얼굴이 잘 붓고 염분 섭취가 원래 많다면 줄이는 것이 맞겠죠. 어느 쪽이든 먼저 자기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 그게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