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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찐 사람이 오래 산다 (체중과 생존률, 운동 한계선)

올리브100 2026. 6. 25. 00:58

목차


    체중계 숫자를 보며 한숨 쉬어본 적, 한 번쯤은 있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BMI 25를 넘길 때마다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뇌혈관 전문의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 죄책감이 꽤 많은 부분 근거가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살집이 오히려 병을 이겨내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얘기, 데이터를 보면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체중과 생존율, BMI가 말해주지 않는 것

    BMI(체질량 지수)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저체중·정상·과체중·비만을 구분하는 국제 기준입니다. 서구권 기준 18.5~25, 아시아권 기준 18.5~23이 정상 범위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기준은 1970년대 사망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보니 결과가 달랐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소속 캐서린 플레걸 박사팀이 수백만 명 규모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서구권 기준 BMI 25~30 구간, 즉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출처: CDC/NCHS). 우리나라 대한비만학회가 자체 환자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을 때도 BMI 25~30 구간의 생존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니, 이건 서양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 친구 어머니 이야기를 여기서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에 뇌경색으로 반신마비가 오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 몸 전체를 직접 만져보시더니 첫 마디가 "일은 언제까지 하셨어요?"였다고 합니다. 허벅지, 엉덩이, 팔뚝, 종아리 근육이 살 밑에 상당히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신 거였죠. 그 근육 덕분에 재활이 가능하다고 하셨고, 실제로 어머니는 양쪽 지팡이를 짚고 걸으실 정도로 회복하셨습니다. 마르신 분이 쓰러지면 근육이 없어서 그냥 누워만 있다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이 오래 남았습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현상으로, 낙상·골절·재활 불가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뇌졸중 이후 재활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이 근감소증 여부입니다. 동물병원에서 오래 일한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살이 있는 개들은 위험한 고비가 와도 살아남는데, 마르고 예민한 개들은 사망률이 눈에 띄게 높다고요. 심지어 암 환자도 체지방이 어느 정도 있는 분이 항암 치료를 훨씬 잘 견딘다는 건 임상에서도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데이터를 알고 나서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살이 자산이라는 표현이 마냥 위로처럼 들렸는데, 실제 생존 곡선을 보면 그게 위로가 아니라 팩트였습니다.

     

    혈관을 망가뜨리는 것들, 그리고 운동의 한계선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이란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뇌혈관에서 일어나면 뇌졸중,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증, 팔다리 혈관에서 일어나면 사지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집니다. 세 가지 모두 같은 병리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이 동맥경화를 가속시키는 3대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입니다. 이 중 고지혈증 치료에 쓰이는 스타틴(Statin)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수만~수십만 명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과한 거의 최초의 정밀 심혈관 치료제입니다(출처: 미국 FDA). 그런데 스타틴의 부작용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강의를 들으며 납득이 되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스타틴은 간뿐 아니라 근육 세포의 콜레스테롤 합성도 억제합니다. 근육 세포는 콜레스테롤로 세포막을 보수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근육 기능 이상이 생깁니다. 그 첫 증상이 바로 '쥐가 난다'는 겁니다. 환자가 "자다가 쥐가 나요"라고 하면 의사 입장에서 쉽게 흘려듣는 증상이지만, 사실은 스타틴 부작용의 가장 흔한 신호라는 거죠. 저는 이 대목에서 꽤 오래 생각이 멈췄습니다.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해 주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에서 환자가 겪는 혼란이 결국 스타틴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었거든요.

     

    운동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혈관 건강을 위한 운동 지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산소 운동: 하루 7,000보 이상 걷기가 뇌졸중 환자에게 권장되는 최소 기준입니다.
    • 무산소 운동: 50대 이상이라면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적절한 근력 운동이 필요합니다.
    • 과도한 운동 금지: 극단적인 마라톤이나 과도한 무산소 운동은 성인 급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본인 기준의 강도 조절: 같은 5km 러닝도 20대에게는 워밍업 수준이지만 처음 시작하는 50대에게는 심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우나와 비교한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 핀란드인은 어릴 때부터 사우나를 접하기 때문에 사망 사고가 드문 반면, 일본에서는 목욕탕 익사 사망이 연간 1만 9천 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습니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을 때 건강에 좋은 것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원리,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에서 갑자기 "건강해지겠다"며 매일 2시간씩 헬스장을 다니다 3개월 만에 관절 부상으로 쉬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운동 중독(Exercise Addiction)이란 도파민 분비로 인해 운동 강도와 빈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에 빠지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기 쉽습니다. 뇌졸중 재활 중 무리한 운동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는 것도, 결국 이 '선을 넘는 것'의 위험을 보여주는 극단적 예입니다.

     

    살을 적극적으로 빼려고 하기보다 현재 체중을 유지하며 근육을 보존하는 것, 운동은 과하지 않되 꾸준히 하는 것.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체중계 앞에서 매번 좌절하던 분이라면, 지금 몸에 붙어 있는 살이 무조건 적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꽤 줄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건강 문제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grXlaImNt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