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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높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님의 강의를 보다가 등이 서늘해졌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는 증상을 경험했고, 그냥 방치해도 되는 건지 혼자 끙끙 앓았던 적이 있거든요.

심방세동과 부정맥, 제대로 알면 덜 무섭습니다
부정맥(不整脈)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으면 막연하게 무섭습니다. 여기서 부정맥이란 맥박이 일정하지 않은 상태, 즉 심장이 60~100회 사이의 정상 리듬을 벗어나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중에서 오늘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심방세동입니다.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란 심장의 윗부분, 즉 심방이 분당 350~600회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미세 떨림을 반복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상적인 수축 기능을 잃은 심방에는 혈액이 정체되고, 고인 물이 썩듯 피떡, 즉 혈전이 만들어집니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증상이 없다고 방치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반신마비가 오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이것이 심방세동을 단순한 두근거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증상이 늘 있는 게 아니라 갑자기 왔다 사라지는 게 부정맥의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동네 내과에서 심전도를 찍고 홀터 심전도 검사를 달고 다닌 적이 있는데, 하필 그 24시간 동안 두근거림이 나타나지 않아서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홀터 심전도(Holter ECG)란 소형 기록 장치를 몸에 부착한 채 하루 이상 심장의 전기 신호를 연속으로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을 잡기 위한 방법인데, 증상 빈도가 낮으면 이마저도 허탕 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심방세동보다 훨씬 위험한 것은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입니다. 심실세동이란 심장의 아랫방인 심실이 비정상적으로 격렬하게 떨리면서 혈액을 몸 전체로 내보내는 펌프 기능이 완전히 멈추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상태가 몇 분만 지속되면 돌연심장사(sudden cardiac death)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은 펌프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지 멈추는 것이 아닌 반면, 심실세동은 심장 자체가 작동을 정지하는 수준입니다.
부정맥을 일으키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화 및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
- 유전적 요인 (비후성 심근병증 등 포함)
- 과로, 수면 부족, 과도한 음주
- 심한 스트레스의 반복적 노출
- 비만으로 인한 심장 과부하
비만이 부정맥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단순히 심장에 무게 부담이 가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여러 염증성 물질이 심장 세포를 자극해 정상적인 전기 신호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국내외 여러 임상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60대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2030년에는 약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출처: 대한부정맥학회).
진단검사부터 치료까지, 제가 찾아보고 느낀 것들
친구가 얼마 전 부정맥 진단을 받은 뒤 병원에서 수술 얘기까지 나왔다고 해서 제가 더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의사가 심장의 일부 조직을 절제하고 기계 장치를 삽입한다고 설명했을 때 친구는 너무 겁이 났던 모양이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치료가 과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부정맥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시술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약물 중 항부정맥제(antiarrhythmic drug)란 심장 근육 세포의 흥분성을 낮춰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발생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잘 쓰면 효과적이지만, 잘못 쓰면 오히려 다른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항부정맥제 외에도 항응고제(anticoagulant) 복용이 필수입니다. 항응고제란 혈전 생성을 막아 뇌졸중을 예방하는 약물로, 쉽게 말해 피를 묽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시술 쪽에서 친구 케이스처럼 언급된 것은 아마 전극도자절제술(catheter ablation)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극도자절제술이란 가는 관(카테터)을 심장 안으로 삽입하여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부위를 고주파 에너지로 태워 없애는 시술입니다. 살을 크게 절개하지 않고 진행하며, WPW 증후군처럼 불필요한 전기줄이 원인인 경우 완치율이 95%에 달한다는 게 실제 전문의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심실세동처럼 복잡한 경우는 성적이 그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맥박이 너무 느린 서맥(bradycardia) 환자, 즉 분당 60회 미만으로 심장이 뛰어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반복되는 분들에게는 심장박동기 삽입이 필요합니다. 심장박동기란 가슴 피부 아래에 삽입하여 심장에 전기 자극을 주기적으로 보내 정상 박동을 유지시키는 장치입니다. 배터리 수명이 평균 10년 정도이며, 수명이 다하면 기기 교체 시술을 받게 됩니다.
제 경우처럼 두근거림이 자주 오지 않아 24시간 홀터 심전도로도 못 잡는 분들은 루프기록기(Implantable Loop Recorder) 삽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루프기록기란 볼펜심 크기의 초소형 장치를 피부 아래에 심어 최대 수년 동안 심장 리듬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장비입니다. 수영이나 목욕도 가능하고, 이 방법을 통하면 일 년에 한두 번 나타나는 희귀한 부정맥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간헐적 증상 때문에 진단을 포기했던 분들에게는 이 방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저처럼 가끔 두근거림이 있었는데 홀터 심전도에서 아무것도 안 잡혔다는 분들,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담당의가 부정맥 전문이 아니라면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다시 한번 상담받는 것이 맞습니다. 증상이 재발하는 그 순간에 가까운 심장내과나 응급실에서 심전도를 찍어두는 게 진단에 결정적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음주는 심방세동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생활 습관 중 하나입니다. 대한심장학회 자료에서도 과음이 심방세동 발생률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
끝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됐다", "부정맥 증상이 사라졌다"며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글이 넘칩니다. 제 생각은 분명합니다.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은 항응고제 복용 여부가 뇌졸중 예방의 핵심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 그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몸에서 신호가 오고 있다면, 검증된 식품을 먼저 찾기 전에 심장내과 전문의를 먼저 만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