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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그냥 관절이 아픈 병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랜 지인 한 분이 15년째 이 병과 싸우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제가 얼마나 얕게 알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손가락이 굳고, 눈물샘이 말라가고, 손목 통증에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단순한 관절 질환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관절만의 병이 아닙니다 (전신 합병증 유발)
제가 직접 공부해보기 전까지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 하면 손가락 마디가 붓고 아픈 병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병의 뿌리는 자가면역(autoimmune) 반응에 있습니다. 여기서 자가면역이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조직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감염성 미생물의 표면 구조가 우리 몸의 단백질 구조와 비슷하게 생겨 면역계가 혼동을 일으킨다는 이론이 오래전부터 유력하게 거론되어 왔고, 흡연이나 치주질환 같은 환경 요인도 발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된 상태입니다.
제 지인분의 경우를 보면 이 병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지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15년 전 처음 진단을 받으셨을 때는 손가락 통증이 주된 증상이었는데, 5년 전부터는 엄지와 중지가 완전히 구부러지지 않게 됐고, 3개월 전부터는 왼손 중지·약지까지 굳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손 손바닥 아래 부위는 단단하게 굳어버린 상태고, 한 달 전부터는 왼쪽 손목 통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버겁다고 하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눈에도 염증이 와서 눈물샘이 말라버리는 건성안 증상까지 생겼습니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면 눈꺼풀이 달라붙을 정도라고 하시니, 이 병이 관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실제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입니다(출처: 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전신에 염증이 지속되면 동맥경화가 촉진되고,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나 소염진통제도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올리는 부작용이 있어 심혈관 위험을 키웁니다. 관절 하나가 아픈 게 아니라 몸 전체가 전쟁 중인 셈입니다.
-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한 전신 염증이 핵심 기전
- 흡연·치주질환은 발병과 직접 연관된 환경 요인
- 관절 외 증상: 건성안(눈물샘 염증), 류마티스 결절, 혈관 염증
-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
치료 원칙, 스테로이드만 믿으면 안 됩니다
제 지인분이 스테로이드를 반 알에서 한 알 사이로 두 달 넘게 드셨는데도 손목 통증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셨을 때, 저는 처음에 약이 약한 건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문제는 약의 세기가 아니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활막(synovial membrane) 염증을 조기에 억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활막이란 관절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이 막에 염증이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증식하면서 연골과 뼈를 직접 갉아먹습니다. 발병 후 약 10개월 이내에도 이미 관절 손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진단 즉시 항류마티스약물(DMARDs)을 두세 가지 병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소염 효과가 있지만, 장기 복용 시 골다공증(osteoporosis)을 악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골다공증이란 뼈의 밀도가 낮아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쉽게 발생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노년기에 고관절 골절이 생기면 1년 내 사망률이 25%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때문에 미국 류마티스학회(ACR) 최신 치료 권고안에서는 스테로이드를 가능하면 쓰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사용하더라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골밀도 검사를 병행하도록 권고합니다(출처: ACR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가이드라인).
제 지인분이 통증이 심할 때만 스테로이드를 끊었다 드셨다 반복한다고 하셨는데, 이 방식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약을 임의로 줄이면 염증이 다시 치솟아 결국 더 많은 양을 복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고, 그사이 관절 손상은 비가역적으로 진행됩니다. 비가역적이란 한번 망가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6개월 이상 약물 치료를 해도 염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biologics)나 표적합성 항류마티스약물(JAK 억제제) 같은 2차 치료로 넘어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생활 관리, 운동도 방법이 틀리면 독이 됩니다
제 부모님이 류마티스 진단을 받으신 건 아니지만, 지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님 관절 건강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부모님은 걷기와 등산,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계시고, 콘드로이친(chondroitin) 계열 건강기능식품도 하루 한 알씩 드시고 있습니다. 콘드로이친은 연골의 구성 성분 중 하나로, 연골이 수분을 잡아두고 탄력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입니다. 다만 이런 건강기능식품이 류마티스 관절염 자체를 치료하거나 예방한다는 근거는 아직 불충분하고, 생활습관 관리와 병원 정기 상담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운동은 양날의 검입니다. 스테로이드나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체중이 늘기 쉽고, 관절 주변 근력이 약해지면 관절 보호 능력도 함께 떨어집니다. 그래서 적절한 근력 운동과 관절 가동 운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조건 걷고 움직이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과한 운동을 하면 염증이 오히려 악화됩니다. 운동 후 해당 관절이 조금이라도 더 붓거나 통증이 생겼다면, 그건 무리가 된 신호입니다. 발목이나 발바닥에도 염증이 잘 생기는데, 제 지인분처럼 무지외반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보행 자체가 무릎과 허리에까지 부담을 줍니다.
흡연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과 직접 연관이 확실하게 입증된 거의 유일한 환경 요인입니다. 그리고 흡연은 동맥경화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소이기도 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흡연을 유지한다면 심혈관 질환과 폐암 위험이 겹으로 올라갑니다. 백신 접종도 중요합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감염병에 걸리면 예후가 훨씬 나쁘기 때문에, 예방 접종에 의한 부작용 우려보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류마티스 관절염 손가락 수술, 하면 바로 재발하나요?
A.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관절 내시경으로 증식된 활막을 제거하는 활막절제술은 관절 손상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수술입니다. 다만 자가면역 반응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 치료와 병행하지 않으면 활막이 다시 증식할 수 있습니다. 수술과 약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스테로이드를 안 먹고 싶은데, 그냥 끊어도 되나요?
A.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스테로이드를 갑자기 끊으면 염증이 급격히 재발해 결국 더 많은 양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 감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Q. 류마티스 관절염이 눈에도 영향을 주나요?
A. 그렇습니다. 눈의 공막이나 눈물샘에 염증이 생기는 건성안, 공막염 등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관절 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 지인분도 눈물샘이 말라 밤마다 눈을 뜨는 것조차 고통스럽다고 하셨는데, 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안과와 류마티스 내과를 함께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먹으면 안 되는 건강기능식품이 있나요?
A.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기 때문에, 면역을 강하게 자극하는 성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약처 인증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새 제품을 추가할 때는 반드시 주치의에게 먼저 알리는 것을 권합니다. 무해해 보이는 제품도 약물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어 자의적 판단은 삼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 어떻게 구별하나요?
A. 핵심 차이는 활막 염증 유무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초음파나 MRI로 활막이 두꺼워진 것과 혈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는 혈액 검사 수치가 비특이적으로 높게 나와 오진되는 경우도 있으니,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지인분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건 하나입니다. 이 병은 초기에 제대로 잡지 않으면 관절 손상은 물론 심혈관, 눈, 뼈 전체로 번지는 전신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지푸라기가 스테로이드 임의 중단이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경험 많은 류마티스 전문의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치료 방향을 함께 조율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에 가깝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까운 분들의 관절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증상이 생기기 전에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정기 검진을 챙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라는 것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