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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소견을 받고도 "어디 아프지도 않은데 뭘"이라며 넘긴 적,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솔직히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고지혈증은 애초에 아플 수가 없는 병입니다. 심지어 병이라고 부른 역사도 20년 남짓밖에 안 됩니다. 이 글은 남편과 제 친구의 경험을 통해 제가 직접 확인한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고지혈증, 잘못 먹어서 생긴 게 아니었다
혹시 고지혈증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긴다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마른 체형에 건강식을 거의 극단적으로 지키는 사람인데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년 내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봤는데, 어느 날 검진 결과를 보고 수치가 오히려 30이나 더 높아진 걸 확인하고 정말 멘탈이 흔들렸다고 했습니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합성되는 지질(脂質)입니다. 여기서 지질이란 물에 녹지 않는 기름 성분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흔히 말하는 지방보다 더 넓은 범주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칼로리로 소모되지 않고 호르몬 합성, 세포막 유지 등 구조적·기능적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음식으로 지방을 얼마나 먹느냐보다, 간이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합성하느냐가 수치를 결정하는 핵심인 셈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나이가 들면서 혈관이 손상되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생기지만, 고지혈증은 태어날 때부터 간의 합성 능력이 높게 세팅된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적으로 간이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만드는 체질인 것입니다. 친구 얘기가 그렇게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운동도, 식이요법도 "살짝" 떨어지는 정도에 그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국내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22년 기준 약 24.8%로, 성인 4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그 비율이 이렇게 높은 데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이 왜 혈관을 망가뜨리나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왜 위험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많은 분들이 "혈관이 막혀서요"라고 답하는데, 정확한 메커니즘을 아는 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핵심은 동맥경화(Atherosclerosis)입니다. 여기서 동맥경화란 혈관 안쪽 벽에 LDL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콜레스테롤은 기름 성분이라 혈액(물)에 그냥 녹지 못합니다. 그래서 LDL(저밀도 지단백)이라는 운반 입자에 실려 혈액을 돌아다닙니다. LDL이란 쉽게 말해 콜레스테롤을 온몸에 배달하는 택배 상자 같은 것입니다. 고혈압이 혈관 벽에 물리적 상처를 만들면, LDL이 그 틈에 박혀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보통 네 가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이 구분해서 보시면 됩니다.
- LDL 콜레스테롤: 혈관 벽에 쌓이는 콜레스테롤. 이 수치가 핵심
- HDL 콜레스테롤: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회수하는 역할.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부르지만, 이 수치 낮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중성지방(TG): 기름진 음식·음주와 직결. 250 넘으면 식습관을 점검할 신호
- 총콜레스테롤: 위 성분들의 합산. 단독으로는 큰 의미 없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HDL 수치 올리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HDL을 높여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던 여러 약물 임상 시험들이 줄줄이 실패했습니다. 결국 LDL 수치를 낮추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스타틴 부작용, 무섭긴 한데 포기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스타틴(Statin)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합성을 억제하는 계열의 약물입니다. 현재까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가 검증된 약입니다. 제 친구가 2년 넘게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버티다 결국 다비듀오정(스타틴 계열 복합제)을 처방받았는데, 3달 만에 LDL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정상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년 동안 갖은 노력을 다 해도 꿈쩍 않던 수치가 3개월 만에 정상이 됐으니까요.
부작용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복용 후 약 한 달 동안 근육통이 약하게 왔고, 특히 밤에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스타틴이 근육 세포막 유지에 필요한 콜레스테롤 합성까지 억제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으로, 근육 세포 손상 가능성을 반영합니다. 다행히 한 달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적응이 됐고, 간수치와 신장기능(콩팥수치) 모두 정상 범위를 유지했습니다.
스타틴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유독 큰 이유가 있습니다. 고지혈증은 증상이 전혀 없는 병인데,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몸에서 이상한 신호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없던 증상이 생겼다'는 경험 자체가 훨씬 강하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사가 그 부작용을 인정해 주지 않거나 다른 과로 보내버리면, 환자는 "이 약이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건 아니지만, 친구가 처음 근육통을 호소했을 때 의사 측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들으면서 그 구조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대한심장학회는 스타틴 복용 시 근육 관련 이상 반응이 의심되면 용량 조절 또는 다른 계열 약물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무작정 끊는 것보다 담당 의사와 상의해 조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한편 저희 남편은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던 중 꾸준히 걷기와 가벼운 조깅을 2달 정도 지속했더니 다음 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갔고, 담당 의사도 신기해했습니다. 물론 이것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의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다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입니다. 약과 병행하면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 그게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고지혈증을 "내가 잘못 살아서 생긴 병"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간이 성실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수명이 늘어난 현대인의 혈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만 LDL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다면, 막연한 공포로 약을 피하기보다는 부작용 관리까지 함께 상담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친구가 2년을 고민하다 결국 약을 선택하고 나서 "진작 먹을걸"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고지혈증 관련 치료와 약물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